외로운 여행자를 위한 감성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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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ast/Press

튜브 뮤직 음반 리뷰 (2006.4)

멜로우이어 2013. 2. 24. 02:50

 

 

지금은 없어진 튜브 뮤직 음반 리뷰입니다.

당시엔 유력한 음악 사이트중 하나였는데 말입니다.

 

 

인디록 밴드 허클베리핀의 리더 이기용은 스왈로우(Swallow)라는 독자적 프로젝트를
꾸리고 있기도 하다.
또다른 인디록 밴드 스웨터의 리더 신세철은, 이번에 멜로우이어(Mellowyear)라는
독자적 프로젝트의 첫 앨범을 발표했다.
1인 프로젝트라는 포맷도 그렇고, 조근조근한 사운드 성격도 그렇고, 인디 씬의
중견들이라는 사항도 그렇고, 아무래도 멜로우이어랑 스왈로우는 비교될
여지가 많을 법하다. 하지만 여기서 그 얘기를 길게 끌고 싶지는 않다.
둘 사이의 공통점은 따지고 보면 거기서 끝이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스왈로우가 내밀한 감성 표출을 위주로 한다면, 멜로우이어는 조용하면서도
발랄한 사운드로 외향적인 감수성을 한껏 드러낸다는 차이가 있다.

"7번국도를 따라 포항에서 한참을 달려와 도착한 구룡포 호미곶"에서 앨범 수록곡
상당수를 만들었다는 설명이 그 '외향성'과 관련이 있으려나. 스웨터의 이전 작업들도
꽤나 발랄한 감성이 돋보였으니 꼭 그렇게 단정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긴 하다.
하지만, 'Giant Blue'에 드러난 "룰루랄라"스러운 느낌은 여행길의
가벼운 흥분 그 자체라 해도 무방할 만큼 노골적이지 않은가. 곡 중간에 슬며시
등장하는 오보에 소리는 과연 스웨터, 아니 신세철답고.

'Giant Blue'에 다소 묵직하고 차분한 오보에가 삽입된 반면, 이어지는 '방갈로'에서는
보다 날렵하고 밝은 플룻이 등장한다.
여행지의 흥분이 한층 고조된 듯, 비트를 더욱 강조한 편곡을 감지할 수 있다.
아울러 신세철의 웅얼거리는 보컬로 위장(?)된, 은근히 변화무쌍한
멜로디가 이채로운 곡이기도 하다. 한편 모처럼 오소영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봄바람은 여기에'는 그리움을 한가득 담은 사운드로 듣는이의 우울증을
슬쩍 자극하고 있다. 오소영의 보컬이 그런 느낌을 극대화시킨 까닭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이 곡은 예의 '발랄함'과는 거리가 멀다.

앨범 중반으로 가면 보사노바풍 기타연주와 함께 시작되는 'Coffee'를 만나게 된다.
예의 '여행지의 흥분'과는 별 상관 없는 이 곡은, 앨범의 분위기를 차분하게 전환시키는
기준점이기도 하다. 이후 이어지는 곡 제목들이 '잠자는 길', 'Moonbeam',
'구룡포 AM 2:19', '새벽'이라는 점에 새삼 눈길이 쏠린다. 이제 가벼운 흥분을
잠시 접어두고 방갈로에서 잠을 청할 때가 됐나본데, 꽤 늦은 시간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는 모양이다.
'Moonbeam'에 삽입된 "너무 지쳐 잠도 오지 않는 이 밤"이란 가사는
너무 노골적인 힌트일까나.

그러다 마지막 트랙 '새벽'에 이르러 다시 초반의 생기를 되찾는다. 조용하게 시작했다가
이내 록킹(rocking)한 분위기로 전환되는 곡 구성은 마치 선잠에서 깨어나는 광경을
묘사한 듯하다(억측이지만). 어쨌거나 중요한 건 '가벼운 흥분'이라는
앨범 초반의 기조를 되살려내고 있다는 것. 그러고보면 [The Vane]은 나름대로
수미쌍관의 구조를 갖춘 앨범인 셈이다.
물론 인트로 연주곡 'The Vane'이 예의 그 흥청스러운 정서에
충분히 호응하지 못하는 감이 있기에, 실질적인 오프닝 트랙을 'Giant Blue'로 봐야
성립되는 가설이지만.

전반적으로 [The Vane]의 사운드는, 마치 봄이라는 계절의 상큼한 느낌을 여행길의
흥분에 한가득 담아내려 작심한 결과물처럼 느껴진다(아무렴 정말 그렇지야 않겠지만.
아무래도 발표 시기와 맞물려 그런 느낌이 증폭된 듯하다). 그런 기분 탓인지
'Giant Blue'의 가사에 쓰인 "일순"이라는 생경한(노랫말 치고는) 단어나, '방갈로'의
"모포 덮고 추위에 떨던 어느 여름날"과 같은 이율배반적인 가사도 당혹스럽기보다는
특유의 상큼함을 더욱 배가시키는 느낌이다.
'Beach Boys' 처럼 제목상으로는 여름 피서지용 음악이어야 어울릴 법한 곡조차도,
적어도 겉으로 드러난 사운드로는 조금은 차분한 봄 느낌에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한데 정작 '봄'이란 단어를 전면에 내세운 '봄바람은 여기에'는... 앞서도 밝혔듯,
오소영의 텅 빈 목소리까지 동원해 가며 '상큼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분위기를
지향하고 있어 이채롭기도 하다.
마치 봄바람의 끝자락에 묻어나는 아련한 그리움을 증폭시키려는 듯. 이 곡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수록곡에서는 은근히 생동하는 리듬감이 공통적으로 꿈틀대고 있음을
주목할 만하다. '은근히'... 그렇다.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댄서블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희한하게도 저절로 손가락이 까딱거려지는 류의 리듬감이 앨범 전반에 걸쳐 깔려 있다.
누가 스웨터의 리더 아니랄까봐.

그러고보니 스웨터의 신작 발표가 (일단) '올해 안'으로 예정되어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스웨터가 휴지기를 갖는 동안, 지난해 이미 보컬 이아립이 준작 EP를 내놓으며
강한 존재감을 피력한 데다 신세철의 이와 같은 선전(善戰)이 또한 이어지고 있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6년 기대해 볼만한 신작' 리스트에서 스웨터의 3집이
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